이번 글로 2022년 회고록 막차에 탑승해 보려 한다. 주로 내 일상이나 감정보다는 기술적인 내용만을 적다보니 지금 이 순간이 괜스레 부끄럽지만 새로운 변화를 앞두고 두렵고 설레는 지금의 내 감정도 글로 남겨보자!
새해를 퇴사로 시작하게 되다니
21년 9월 23일에 입사해 이달 말 퇴사를 앞두고있다. 지난달 퇴사 얘기를 꺼내기까지 하루에도 수십 번씩 내 선택에 의문을 품고 자신을 몰아세우기도 하며 참 많이 힘들어했는데 인사팀장님과의 면담까지 마친 지금은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인생의 매 순간이 선택이라는 말이 깊게 와닿는 요즘이다. 다양한 이유로 퇴사를 결정하겠지만 난 큰 한방이 있었다. 회사 내 조직이 개편되면서 앞으로 웹 개발이 아닌 다른 업무(다른 회사의 제품을 판매 및 구축)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계속해서 웹 개발을 하고 싶은 나에게 가장 두려웠던 것은 "물 경력"이 되는 것! 결단이 필요했다. 아직 배워야 하고 경험해야 할 것이 많은 연차에 개발에 손을 떼야 한다니..
사실 이 결정은 나뿐 아니라 백엔드 직무를 맡고 있는 동료들 모두에게 해당하는 사항이라 비슷한 시기에 같이 퇴사를 하게 되었다. 여러 명이 퇴사를 하게 되니 사직원을 작성하기까지 수차례 면담을 했고, 매 단계마다 시간을 조금만 더 갖고 생각해 보자는 답변을 받으며 하루하루가 불안했다. 이제 뚜렷한 퇴사 일자도 정해지니 오로지 내 앞으로의 계획에만 집중할 수 있어 마음이 가볍다. 물론 두렵다. 경력이 중단될 것이고, 근로소득도 끊기며 조급함을 느끼게 되겠지만 이 두려움이 나를 또 성장시킬 것이다.
이미 선택했고 이젠 내 선택을 믿고 노력할 뿐!
2022년 한해는 무엇이었나
지금 와서 작년 한 해를 생각해 보니 정말 개발 개발했고 코딩 코딩했다. MBTI가 나온 이후로 줄곧 "E"었던 나는 "I"가 되었고, (어떤 분 말씀은 내가 서버 개발자라서 그런 거라며...) 내 맥북 배터리 사이클은 이제 중고로 팔 수도 없는 숫자가 되었다.
또 나는 인복이 정말 터지는 사람이다. 학창 시절부터 그랬다. Giver보다는 Taker였다. 물론 내 2022년도 좋은 사람들로 꽉 찬 한 해였다. 스타트업에서 사수의 그늘 아래 있을 수 있다는 것만도 복인데 나는 당근만 하루에 한 다발씩 주는 좋은 사수를 만났고 기대에 부흥하고 싶다는 생각과 동시에 팀의 모든 잡다한 업무를 도맡아 하는, 아니 오히려 나서서 하는 사수를 보며 도움이 되지 못하는 나를 스스로 채찍질해가며 공부했다. 입사 초반엔 빨리 1인분을 하자는 마음으로 퇴근하면 개발 환경에 익숙해지고 싶어 터미널을 키고 도커 명령어를 치고 코드를 읽었다. 강의도 아낌없이 사서 공부하고 동료들에게 정보를 나눴다.
그렇게 회사 업무를 자신 있게 할 수 있을 때 즈음 새로운 프로젝트를 메인으로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자사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지만 용역이나 국가 과제 형식의 프로젝트가 자주 있었기에 어느 정도 큰 사이즈의 개발 건이 생기면 꼭 메인으로 프로젝트를 주겠노라 늘 얘기하던 사수의 말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부담감은 잠시 정말 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나를 덮었다. 자잘하게는 언어나 프레임워크의 최신 버전, 나아가 API 명세서의 양식까지도 욕심냈다. 지금 돌아보면 내 (매우 짧은) 개발 인생에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아닌가 싶다. 프로젝트를 잘 끝마쳤을 때 정말 혼자 다 해낼 줄 몰랐다며 본 사람 중 성장이 가장 빠른 부사수라고 칭찬해 준 사수의 말이 아직도 내가 작아질 때마다 꺼내 먹는 자신감이 되었다. 물론 혼자가 아니었고 함께해 준 팀원들이 있었기에 즐겁게 해낼 수 있었다.
2023년은 갓생을 살아보자
작년은 정말 나에게 다른 일상은 없었다. 오로지 개발만을 생각한 한 해였다면 올해는 여유도 찾고 다양한 사람도 많이 만나고 싶다.
불어버린 내 몸 관리도 하고 네트워킹도 많이 하고 가장 중요한 "기록"! 기록하는 삶을 살 것이다. 요즘 기록에 중요성을 많이 깨닫고 있다. 독서를 많이 하는 집 분위기에 나도 자연스럽게 책을 많이 읽고 있는데 책을 읽을수록 기록하지 않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정보와 내가 느꼈던 감정까지도 다 흩어지는 것 같아 메모하고 표시하기 시작했다.
지금 시점에 가장 중요한 이직! 마음 크게 먹고 한 이직이니 정말 똑 부러지게 준비해서 좋은 곳에서 좋은 에너지를 내며 일하고 사수가 나에게 보여준 따뜻함을 나도 누군가에게 베풀면 좋겠다.
[올해 계획한 몇가지]
- Giver가 되기
- CS 지식 공부하기
- 새로운 언어/프레임워크 익히기
- 해외여행 다녀오기
- 독서 OR 개발자 모임 갖기
- 돈도 많이 벌기